골동품이라 불리는 차
보이차 중에서 골동이란 수식어를 붙일 수 있는 보이차는 윈난의 이우 지역에 있던 옛 상점들이 19950년대 이전에 만든 차로, 흔히 '호자급' 보이차라고 부릅니다. 상점 이름 뒤에 '호'라는 글자를 붙여서 판매하던 차여서 이런 별칭이 생겼습니다. 대표적으로 동경호, 동흥호, 송빙호, 등이 있는데, 이 셋을 가리켜 '3대 골동 보이차'라고 부릅니다.
이런 호자급 보이차가 골동품의 가치를 지닌 차로 취급되는 건 '당시 상인들이 보이차의 발효를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보관하던 보이차 재고들이 세월이 흘러 발효차로 변하면서 숙성되었고, 그 결과 예상치 못한 향과 맛을 가진 차가 탄생하게' 되었기 대문입니다. 말하자면 오래전에 만들어 재고로 보관하고 있던 차들이 의도치 않게 맛과 약성이 뛰어난 차로 숙성되었다는 것입니다. 지금 현재 이런 호자급 보이차를 만나기란 현실적으로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더라도, 1950년대 이전에 이우라는 특정 지역의 몇몇 상점들에서 만들어 팔던 보이차의 재고가 지금까지 많이 남아있을 리가 없겠죠.
이런 호자금차의 특징은, 낱개의 차를 한 편씩 종이에 따로 싸지 않고 7편을 죽순 껍질로 한꺼번에 포장했다는 것입니다. 호자급 외에 1950~1960년대에 생산된 인자급 보이차도 골동으로 취급됩니다. 1950년 이후에는 차를 포장한 종이에 '도장'을 찍어서 출시하였고, 도장 색깔에 따라 홍인, 녹인 혹은 남인, 황인 등의 인자급 차가 있습니다.
보이차에 붙은 숫자의 비밀
1970년대 이후 생산된 보이차들을 '숫자보이'라 부르는데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냉담한 대접을 받았으나 과거와 달리 오늘날에는 몸값이 상승해 노차의 대열에 합류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차로는 7543, 7532, 8582 등이 있습니다. 여기서 네 자리의 숫자는 각기 고유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먼저 앞의 두 개 숫자는 75년 혹은 85년부터 제조된 차라는 의미로, 1975년과 1985년은 이전에 없던 새로운 보이차 변배 기술이 개발되고 도입된 연도입니다. 병배란 채취 시기와 크기가 다른 여러 종류의 찻잎들을 어떤 비율로 어떻게 섞어서 차를 만들 것인지, 그 구체적인 방법과 기술을 나타내는 일종의 코드입니다.
따라서 7542라고 모두 1975년에 생산된 것이 아니며, 7542는 지금도 생산되고 있습니다. 1975년에 생산된 노차로서의 7542와 최근에 생산된 7542는 같은 기술을 채택한 차로서의 공통점은 있지만 똑같은 차는 아니라는 뜻입니다.
세 번째 숫자는 대표적인 찻잎의 크기입니다. 보이차에 사용되는 찻잎은 그 크기에 따라 특급과 1~10급의 11개 등급으로 구분됩니다. 7542의 경우 여러 등급의 찻잎을 병배하여 만들되, 특히 4급의 찻잎을 많이 사용하여 독특한 풍미를 이끌어 낸 차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 숫자는 그 보이차를 만든 공장의 코드번호입니다. 사회주의 국가답게 중국은 윈난의 보이차 제조 공자들에 고유번호를 부여하고, 상품에 이를 포기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숫자 1은 공명차창, 2는 명해차창, 3은 하관차창, 4는 보이차창을 나타냅니다. 따라서 7542는 맹해차창이라는 공장에서 만들어진 차임을 알 수 있습니다.
희소가치가 있거나 유서 깊은 고동서화 등을 가리켜 골동품이라고 합니다. 마실거리에 골동품이란 단어를 사용한다니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하지만 그렇게 불리는 데에는 필설로 형용할 수 없는 세월의 맛과 향이 더해져, 단순한 기호품 이상의 가치와 의미를 디게 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구구절절 차 이야기> 중에서